최근에 장편 소설 두 권을 읽었다. 

둘 다 매우 긴데, 둘 다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굉장히 긴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점이 동일하다.


1. 마지막 제국 (미스트본 시리즈 1권)

* 읽기 전에 호평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매우 기대를 했다.

*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데 금속을 이용하여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존재들이 있다. 

* 그 독특한 세계관을 이해한 상태로 읽어나가야 하는데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다. 뭔가 주입식 교육으로 암기해야 하는 느낌이다.

*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충돌이 주요 스토리이고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유사한 부분은 없는데 '레드 라이징'이라는 소설이 생각이 났다.

* 책이 두꺼운 만큼 이야기의 전개가 느리다. 느려서 지루한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긴장감까지 늘어지지는 않는다. 한 가지 생각이 계속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 '체제 전복에 성공한다고 해서, 과연 좋은 세상이 올까?'

* 허한 결말이다.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솔직히 다음 이야기가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2.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이 책은 거의 사전 지식이 없이 시작했다. 

* 첫 장을 읽을 때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중세시대의 작가고, 이 책은 고전 소설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시작 시의 느낌이 '천로역정' 같기도 하고-

* 역시 독특한 세계관이 존재하는데 인간 외의 매우 다양한 동물 지성체 종족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공룡.

* 그런데 그 독특한 세계관들이 원래 이 세상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인 양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 어떠한 표현을 해도 온갖 미사여구를 다닥다닥 붙여 표현하는데, 처음에는 이러한 부분이 잘 적응되지 않았다. 그런데 익숙해질수록 그게 그냥 막 붙인 표현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조용한 곳에서 문장에 집중해서 읽으면 그러한 미사여구로 인해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다.

* 처음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나 나옴직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별안간 생뚱맞게 튀어나온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전개, 생뚱맞은 복선이 스멀스멀 이어져가기 시작하는데 초반만 잘 적응하면 더 이상 빠져나올 수가 없다.

* 이 작가의 상상력은 도대체 한계가 있을까? 흡입력도 대단해서 읽다보면 이 작가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 

* 와. 정말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역대급 대박이다. '마지막 제국'을 며칠 동안 그렇게 집중해서 읽었건만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다 읽고 나니 ('마지막 제국'도 꽤 재미있는 소설이긴 하다만) '마지막 제국'은 대학생이 돼서 초등학교 때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책을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비교대상이 되어버린 '마지막 제국'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소설에 비해서도 재미의 밀도와 강도와 깊이가 차원이 다르다.  

* 그 복잡한 이야기가 한 번에 깔끔하게 마무리되어버린다. 근데 또 다른 이야기(꿈꾸는 책들의 미로)가 이어진다니 굉장히 기대된다. 다만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꿈꾸는 책들의 미로'의 출판사 및 역자가 달라 미묘하게 느낌이 다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 제국'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위한 밑밥 또는 희생양처럼 표현이 되어버렸는데, '마지막 제국'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그다음에 읽은 소설이 하필이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였을 뿐이다.




* 경기도 사이버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 절판 상태이다. 중고서적으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전자책으로도 더 이상 팔지 않는데 전자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면 전자 도서관에 들어간 도서는 절판 여부와 상관없는 모양이다. 

* 스님이라고 해서, '스님의 청소법'이라고 책으로 나왔다고 해도 정말 획기적이고 놀랍고 효율적인 청소법이 있을 리 없다. 당연하지만 그러한 청소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 '티끌과 먼지를 털어내고, 본래의 거울 같은 마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청소는 단순히 쓸고 닦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닦는 마음 수련이라고 이야기한다.

*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더러움과 먼지를 닦아내면서 지금 나는 마음을 닦고 있다. 는 마음 가짐을 가지게 되면 청소가 귀찮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좋은 책이다. '청소' 하나만으로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1925082511


이자벨 오티시에르라는 프랑스 작가는 혼자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해양 탐험가이자 작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한 쌍의 연인이 무인도에 갇히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는 사전 지식만 갖고 읽기 시작했다.


YES24 10년 대여 이벤트를 통해 접하게 된 소설이다.


한 1/10 정도 읽을 때까지, 난 이게 소설인 줄 몰랐다. 지금에서야 생각하지만 분명히 서문이나 기타 등등 책 소개글을 조금 더 꼼꼼히 읽었다면, 소설이라는 걸 알고 읽기 시작했겠지만 무턱대고 읽기 시작한지라 몰랐다. 작가가 혼자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고 했으니 세계 일주를 하는 동안 일어났던 일의 논픽션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문체도 어쩐지 논픽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 (뭔가 생생함이 느껴지는..?) 전혀 소설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했다.


무인도에 갇힌다는 것 자체가 이미 최악이긴 하다만 어쩐지 무인도 생존기라고 하면 열악한 가운데 독특한 재미가 느껴지고(로빈슨 크루소처럼?) 실제로는 잔인함과 끔찍함만 존재했겠지만, 신나는 모험이 가득하게 묘사되는 해적 소설이나 영화처럼 약간의 낭만? 같은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철저히 그러한 기대를 꼼꼼하게 무너트려준다.


이야기가 갈수록 불안 불안하다. 무인도에서 살아 나왔다고 해서, 산 것도 아니다. 무인도에서 탈출했다.로 끝났으면 그래도 결국엔 탈출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뭔가 후련함을 느끼고 개운 했을 텐데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에서 몸은 살았지만 마음이 거의 죽어버린 상태에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번역도 매끄러운 것 같다. 원문을 읽고 비교해 가면서 번역본을 읽은 것은 아니다만, 읽으면서 어색하다거나 집중을 방해할 정도로 어색한 표현을 접하지 못했다.


읽는 동안 참 좋은 시간을 보냈고, 딱히 딴지 걸 것이 안 보여서 제목으로 한 번 딴지를 걸어보고 감상기를 끝내보련다.  '갑자기' 혼자가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서서히' 혼자가 되다. 가 내용과 약간 더 부합하는 것 같다. 



* 이더리움, 비트코인으로 유명해진 블록체인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책 제목대로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저자는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윌리엄 무가야’이다.


* 블록체인 역량은 곧 ‘기술+비즈니스+법’이다.(p48)라고 정의하며 각 부분별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 기술 측면에서 블록체인은 공개적으로 열람 가능한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을 유지하는 백엔드 데이터이다.

    * 비즈니즈 측면에서,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도 개인 간의 거래, 가치, 자산 등을 이동시킬 수 있는 교환 네트워크이다.

    * 법적 관점에서, 블록 체인은 거래를 검증해주므로 종전의 신뢰 보증 기관을 대체하는 수단이다. 


* 이 책에서는 위의 3가지 요소 중, 비즈니스와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체제와 부딪치게 될 여러 요소 중 ‘법’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블록체인이 앞으로의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비교적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흔히들 접하는 장밋빛 내용으로만 그려주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이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요소들이 산적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기반 기술이기에 책 표지에 적힌 대로 ‘인터넷 혁명과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러한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해 모른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진도가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개발자로 10년 이상 일하고 있고 나름 IT 쪽은 매일 새로운 소식을 접하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용어로 인해 막히는 부분이 많았고 인터넷을 통해 참조하면서 읽어나가야 했다.


* 번역면에서 보았을 때도 이러한 ‘새로운 용어’를 깔끔하게 한글로 번역해 내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던 듯하다. 마땅히 한국어로 풀어 번역하기가 애매하여 원어를 발음 그대로 표시하고 주석으로 대략의 뉘앙스 또는 설명을 기록해 놓은 곳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설명조차 없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자면 '블록체인을 성공으로 이끄는 프레임워크’라는 부분을 설명할 때 ‘기술 이네어블러’라는 말이 나오는데 (p.120) 이게 무슨 뜻으로 쓰이는 건지 한눈에 보아서는 알기가 힘들다. 이러한 부분이 아쉽다.


*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든 궁금증들. 앞으로 틈틈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또는 다른 책을 읽어보며 풀어보고 싶다.

    *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실례로 암호화된 전자 화폐의 예가 많이 나온다. 관련하여 이더리움, 비트코인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 전자 화폐들은 요사이 화제가 되었던 주식보다도 더 큰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전자화폐를 과연 일반적인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 측면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중개자 없이도 개인 간의 거래, 가치, 자산 등을 이동시킬 수 있는 교환 네트워크라는 말에는 동의하는데 화폐의 가치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한 어떠한 새로운 중앙 집권적인 기관이 역시나 필요한 게 아닐까.

    * 역시나 화폐 관련해서 ‘채굴’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채굴의 반 이상은 현재 중국에서 큰 공장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고(참고), 채굴을 위해 최고 사양의 GPU를 이용하는 - 금전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 - 상황에서 비트코인류의 전자 화폐 역시 결국 강대국 또는 세계적인 기업의 손에 가치가 좌지우지되며 이들이 앞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중앙 집권적인 기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현재 달러를 미국에서 본인들의 정책에 의해 찍어내는 양을 조절해 세계 통화를 조절하는 것처럼 이러한 '채굴'로 대기업 또는 강대국이 좌지우지하는 똑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건 아닐까. 

* 결국 이러한 이유로 책에서 이야기하는 ‘탈중앙적이고 더 개방적이며 프라이버시가 더 보장되고, 더 공평하고, 더 접근성이 높도록’ 이 기반 기술이 화폐에 사용되기에는 많은 제한이 있지 않을까?

* 이론상으로는 블록체인이 믿을만하고 신뢰성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이를 보증해 줄 수 있는 신뢰성이 있으며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경우 이와 관련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필요하다면 결국 이 주체들은 현재의 이러한 부분을 보증하는 주체들(금융기관, 국가, 기타 등등) 그대로이지 않을까.


책 참고 : http://www.hanbit.co.kr/store/books/look.php?p_code=B8632971385


세계 제 1의 도시 뉴욕의 기반 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대부분의 기반 시설 작동이 정지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래 없는 눈 폭풍이 몰아닥치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실제 그러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늘 뉴스나 인터넷 매체에서 해킹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젠 심심치 않게 듣게 되어 익숙하다. 하지만 대부분 실 생활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고 피해도 국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게다가 현실의 일이 아니니까 피해가 현실에서 재앙급으로까지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해킹으로 인해 소설 속에서 나오는 그러한 대규모의 참사가 발생할까라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사소해 보이던 일부분들의 오류가 연쇄효과를 발휘하고 게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공격마저 겹치면서 소설 상의 뉴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마이클과 그의 친구 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도시가 고립되고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편리하고 찬란했던 도시는 그대로 한순간에 무질서의 지옥이 되며 큰 묘지가 되어 버린다. 소설은 가면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는 환경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을 한치의 동정심 없이 그대로 풀어낸다.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가 있었다는 우스개 말처럼 이미 최악인데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더한 최악이 나타나며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문체가 참 얄밉기까지 하다. 장기판의 말들을 대하듯이 일말의 감정 없이 상황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주인공 일행은 살아남으면서 비교적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막판에 이야기가 정리되며 끝나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아토피아 연대기'라는 시리즈의 6부작 중 1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만약 내가 저러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소설 속의 허구라고 넘겨버리기엔 내용이 꽤나 현실적이어서 여러모로 살기 좋고 편한 세상에 살고는 있지만 이러한 것들의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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